"과충전, 전기차 화재 지배적 원인 아냐…정보 공개는 필요"

송고 2024.08.18 18:16 | 수정 2024.08.18 18:17
EBN 박성호 기자 (psh@ebn.co.kr)

배터리 전문가 윤원섭 교수 인터뷰

"전기차 화재 주원인은 배터리셀 결함"

"설계 구조상 100% 충전 불가능해"

"벤츠 화재 초동 대처 아쉬운 점 있어"

ⓒ연합뉴스

최근 논란이 된 전기차 과충전이 화재의 결정적 원인은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통념과 달리 제작사는 배터리 설계 시 100% 충전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과충전으로 인한 화재가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전기차 안전을 위해서는 배터리 모니터링 강화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원섭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는 16일 오전 경기 수원시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 N센터에서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윤 교수는 성균관대와 삼성SDI가 손잡고 설립한 배터리공학과(가칭)의 대표 교수로, 성균에너지과학기술원 차세대배터리 연구소 소장도 맡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 전고체배터리 등 전기차 배터리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인 그는 인터뷰를 통해 전기차 화재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우선 윤 교수는 배터리 100% 충전이 이론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론상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양극의 에너지용량 100%는 g당 275mAh 정도인데, 우리가 실제 쓰는 건 200~210mAh 정도이고 이를 100%라고 규정한다"며 "또한, 과충전은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과충전 방지 기술 등 몇 가지 방법으로 이미 차단이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계로 봐도 (과충전 의심) 화재 숫자가 많이 줄었다. 현대차의 경우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지 3년 됐는데, 비충돌로 인한 화재가 한 건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며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충전 깊이보다는 셀 내부 결함이나 그 결함을 관리하는 BMS 문제로 화재가 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급속충전이나 높은 기온, 습도도 배터리 화재의 결정적 원인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논란의 시초가 된 벤츠 전기차 화재를 예시로 들었다. 이번 화재 원인이 된 차량은 충전 중도 아닐뿐더러,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폭염과도 관련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전기차는) 우리가 쓰는 환경에서의 온도는 이미 다 고려가 돼 제작된다. 아무리 뜨거운 여름보다도 훨씬 더 높은 온도가 다 고려가 돼 있다. (실제로) 여름에 주행할 때 더 사고가 잦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이번 사건도 지하 주차장이지 뜨거운 곳이 아니다. 습도가 만약에 진짜 문제면 비 오는 날 더 사고가 잦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벤츠 전기차 화재의 원인을 배터리 셀 결함 및 관리 부족으로 추정했다.

윤 교수는 "어떤 제품이든 셀이 2억개, 3억개 팔았다고 하면 퀄리티가 동일하지 않다. 당연히 차이는 있다"면서 "다만 그 차이가 합리적인 범위 내로 하기 때문에 제품을 출하하는 건데, 그 밑단에 있는 것들은 계속 사용하다 보면 조금씩 더 불안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셀 결함 및 화재는) 갑자기 '팍'하고 나는 것이 아니고 조금씩 누적되는데, 예로 자동차를 운행하면서 방지턱을 몇 번씩 부딪히면 불안정한 부분이 더 열화될 것"이라며 "전압이나 온도에서 조금씩 누적되는 신호가 있었을 것이라고 보는데, 초동 조치 및 매니지먼트 부문에서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배터리 제조사 공개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윤 교수는 "전기차의 배터리는 자동차 엔진만큼 중요한 부품"이라며 "배터리 셀 제조업체에 더해 NCM 조성 비율, 양극 소재 등 기본적인 셀 케미스트리(화학요소)도 공개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또한 "안전과 기술력은 회사에 따라 차이가 있으므로 회사가 공개되면 대처할 수 있는 면도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윤 교수는 배터리, 자동차 전문가와의 깊이 있는 협의를 통해 근본적인 전기차 화재 예방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충전 깊이와 화재 간의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하 주차장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은 마녀사냥의 느낌이 좀 있다"며 "전문가들이 심도 있게 토의해 검증 후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자동차 화재는 언제든 날 수 있고, 그 화재를 어떻게 끄느냐가 중요하다"며 "전기차는 전 세계적으로 가는 방향이고, 우리 산업 경쟁력과 연관됐는데 (이번 화재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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